혐한 논란 DHC, 시작은 화장품 아닌 번역 회사였다 [강경주의 너의 이름은]

한국경제

2019-08-17 07:00:04

1972년 설립돼 번역 에이전시로 회사 운영 시작
대표적 혐한 업체로 부상…한국 소비자들 공분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가 자회사인 'DHC 텔레비전'에서 혐한 발언을 이어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DHC코리아가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본사에서 다시 한국을 조롱하면서 국내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일 DHC 텔레비전은 문제의 유튜브 콘텐츠 '진상 도로노몬 뉴스'를 방송하면서 한국인들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 "한국은 원래 바로 뜨거워지고 바로 식는 나라", "일본은 그냥 조용히 두고 봐야 한다"며 폄하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극우 성향의 출연자들은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내가 현대미술이라고 소개하며 성기를 보여도 괜찮은 것인가", "조센징(한반도 출신을 비하하는 표현)은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했다.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해 지금의 한글이 됐다"는 등의 혐오성 발언을 이어갔다.

또한 지난 12일 방송에서는 "독도를 한국이 1951년부터 무단 점유했다"는 아오야마 시게하루 일본 자민당 의원의 말을 내보냈고 다음날에는 "한국인은 하는 짓이 어린아이 같다"는 사쿠라이 요시코 일본 저널리스트의 발언도 방송했다. 이 내용이 한국에 전해지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DHC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그러자 DHC의 한국지사인 DHC코리아는 지난 13일 김무전 대표 명의로 낸 사과문에서 "'DHC텔레비전'과는 반대의 입장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겠다"면서 사죄 의사를 표시했다.

이어 "DHC코리아는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 모두가 한국인"이라며 "해당 방송 내용은 본사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채널로, 우리는 참여하지 않고 공유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하는 방송을 중단해 줄 것을 지속해서 요청하겠다"며 "모든 비판을 달게 받고 다시 한번 국민, 고객, 관계사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DHC 본사는 다시 한 번 DHC코리아의 사과를 뒤집으며 DHC 텔레비전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정당한 비평이라고 주장했다. DHC 텔레비전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야마다 아키라(山田晃) 대표이사 명의로 '한국 언론에 의한 DHC 관련 보도에 대해'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올렸다.

공지문은 "프로그램 내 뉴스 해설의 한·일 관계에 관한 말은 사실에 근거한 것과 정당한 비평으로, 모두 자유로운 언론의 범위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디가 혐한적이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또한 "DHC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은 DHC 텔레비전의 프로그램 내용과 직접 관계가 없다"며 "모든 압력에 굴하는 일 없이 자유로운 언론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실언을 이어가 이 업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DHC는 "Daikaku Honyaku Center"의 이니셜에서 따온 약자로 '대학 번역 센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972년 설립돼 번역 에이전시로 회사 운영을 시작했다.

1980년 화장품 제조 판매업에 뛰어들며 처음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한 DHC는 1983년 통신판매업을 시작했다. 이후 1992년 출판과 교육 사업에 진출, 1995년에는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에도 발을 뻗었다. 그 해 미국과 대만에 지사를 설립했고 이듬해인 1996년에는 속옷 판매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1년에는 'Akazawa Onsen Hotel'을 개장하며 숙박업도 등록했다.

번역으로 시작해 화장품, 출판, 교육, 건강기능식품, 속옷, 호텔 등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한 DHC는 2002년 본격적으로 식품 사업을 시작했다. 2005년에는 의약품 제조 판매업, 2006년에는 의류업, 2008년에는 유전자 관련 사업도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DHC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번역 사업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국어 번역을 하면서 현지화에 강점을 보였고 전 세계의 트렌드를 빠르게 습득하는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DHC 텔레비전을 통해 비뚤어진 역사관이 드러나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다. 실제로 DHC의 화장품 불매 운동이 확산하면서 일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는 DHC 제품이 퇴출됐다. GS리테일 '랄라블라'는 DHC 제품의 신규 발주를 중단했고 롯데쇼핑 '롭스'는 판매대에서 제품을 회수했다. 쿠팡도 지난 13일부터 DHC 제품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DHC 전속 모델인 배우 정유미는 DHC에 모델 활동 중단을 요청하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DHC는 우리나라에서 1년에 약 백억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업체"라며 "DHC 요시다 요시아키(吉田嘉明) 회장이 과거부터 극우 혐한 인사로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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