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속 고유정은…①복수심 ②의붓아들 ③잠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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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인 사건 결심 공판 미뤄진 가운데 19일 의붓아들 살인 사건 공판준비기일, 공소장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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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9월16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 남편 살인 혐의에 이어 의붓아들 살인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의 공소장에 따르면 해당 범죄가 약 4개월간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뉴시스가 확보한 검찰의 의붓아들 살인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고씨가 의붓아들 A군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현 남편인 홍모씨의 잠버릇을 언급하고, 수면제를 처방받는 등 범행 계획을 세워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고유정의 전 남편 살인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이 12월2일로 연기된 가운데 이날 의붓아들 살인 사건 혐의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다.

━친아들과 유산한 자신 홀대 당한다 느껴…━고씨가 A군을 살해한 동기는 복수심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씨는 현 남편인 홍씨와의 사이에서 두 번의 유산을 경험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평소 홍씨가 자신이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친아들과 의붓아들 A군을 차별한다고 느껴와 잦은 다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홍씨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A군으로 바꾸자 흥분해 "니 맘대로 해봐라, 그 이상 너의 모든 걸 다 무너뜨려 줄 테니까", "아주 사람 하나 미친X 만든 결과가 어떤 건지 끝을 보여줄게, 난 너한테 더한 고통 주고 떠날 거니까" 등의 폭언을 보내는 등 심한 갈등을 겪어왔다.


수면제 처방받고 의붓아들 데려오라 종용…

검찰은 같은 해 11월1일 고씨가 제주시에서 구입한 수면유도제를 범행의 시작으로 봤다. 고씨는 제주시 한 병원에서 불면증이 있다며 독세핀 성분이 들어간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았다.

이후 11월4일부터 9일까지 닷새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홍씨에게 A군을 충북 청주시 자택으로 데려올 것을 종용했다. 고씨는 "A군은 언제 데리고 올 생각?", "일단 A군 먼저~", "당신은 A군 챙겨와" 등의 메시지를 보냈고, 해당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고씨는 청주가 아닌 제주도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검찰은 홍씨가 어린이집 문제 등으로 A군을 이듬해 2월 데리고 오겠다고 해 범행이 실행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군은 2월말 청주에 올라왔고, 이틀 만인 3월2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현 남편 잠버릇 언급하며 범행 밑밥 깔았나

검찰은 고씨가 홍씨의 잠버릇을 언급한 날짜도 중요한 단서로 봤다. 현 남편의 잠버릇을 언급한 날부터 A군을 청주로 데려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고씨는 같은 해 11월 4일 홍씨와 메신저로 말다툼을 하던 중 갑자기 "(잠잘 때 홍씨가) 몸으로 누른다고 해야 되나? 나도 잠결이라 뭔가 막 힘에 눌리는 기분에 잠 깼는데 당신(홍씨)이 잠꼬대하면서 눌렀나 싶어서 살짝 흔들어도 반응 없이 잠자고 있더라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고씨는 A군이 청주시 자택에 오기 이틀 전인 지난 2월26일 "(당신은) 아무래도 잘 때 코도 많이 골고 막 움직이기도 하고, 뒤척이고 영 개운하게 자는 거 같지가 않아서, 깊이 자는 거 같긴 한데 여보 기억 안 나는 것도 있자네"라며 재차 잠버릇을 언급했다.

당시 고씨는 A군의 사망 이유를 친아빠인 홍씨의 잠버릇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발견 당시 A군은 친아버지인 홍씨의 다리에 눌려 침대를 향해 엎드린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황 증거만 공개됐지만…검찰 "구체적 증거 있다" 자신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A군의 숨진 시각을 오전 5시 전후로 추정했다. 사인은 '10분 이상 전신의 강한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판단했다. A군이 잠을 잤던 침대에서는 A군의 혈흔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고씨가 홍씨가 깊은 잠에 든 것을 확인한 후 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자고 있는 A군의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해 뒤통수를 10분간 강하게 눌러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7일 고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제주지법에 추가 기소했다. 그러나 고씨가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은 사실 등은 모두 정황 증거에 해당돼 검찰이 범죄 입증에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숨진 의붓아들에게서) 살인으로 볼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자세한 증거관계를 현 단계에서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공판을 통해 증거를 현출, 유죄 입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할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구단비 인턴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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