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업무태만으로 선임계약 해지했어도 지출된 비용 지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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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겼다가 도중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지출된 소송 비용은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변호사 A씨가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소송비용 및 하자진단비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2012년 4월 이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의 하자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하기로 하고 변호사 A씨와 소송위임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는 인지대, 송달료 등 소송 관련 비용과 하자진단비용 등을 변호사가 먼저 낸 뒤 이겼을 경우 받는 금액에서 추후 정산하기로 했다. 또 입주자대표회의 쪽에서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승소로 간주하고 변호사에게 보수 전액과 대납한 소송 관련 비용을 지급한다는 부분도 있었다.

A씨는 소송을 위해 인지대 등 280여만원을 사용했고, 조사 업체에 하자진단비로 3300만원을 지급한 후 보고서를 작성해 입주자대표회의에 제출했지만, 소송계약이 해지됐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2013년 5월 부실한 하자조사 및 업무태만 등을 문제 삼아 위임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로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성공보수금과 대납한 소송 관련 비용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일방적인 해지라고 보고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보수와 소송 관련 비용 등을 변호사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은 정당하다며 소송비용 및 하자진단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심과 달리 대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소송 관련 비용 280여만원과 하자진단비 3300만원에 대해 변호사 A씨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변호사 A씨가 위임계약 종료까지 사무처리를 위해 사용한 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의 귀책사유로 도중에 계약이 종료됐어도 그때까지 이행한 사무 처리에 관해 그 정도와 난이도, 노력 등을 고려해 인정되는 보수 및 사무처리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계약 규정들은 하자진단비용 등 소송비용의 부담 주체가 입주자대표회의임을 전제로 변호사 측에서 비용을 우선 부담하고 소송 종료 후 승소금에서 공제해 정산하기로 한 취지"라며 "변호사가 소송 수행을 위해 입주민 약 78%로부터 손해배상 채권을 양도받았고 세대하자 전수조사를 실시한 세대가 약 61.6%에 이르는 등 위임사무 처리를 위해 기울인 노력이 상당하고 처리된 사무가 주민들에게도 상당한 이익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mk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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